도시에서 사람들은 영원히 젊어 보였다

죽음이라는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누구도 거절하지 못했다

죽어야만 가장 먼 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달에 다녀온 사람도 알지 못했다

때로 깊은 밤

극장의 어둠 속에서만 눈물을 흘렸다

창밖으로 미끄러져가는 빙하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지구만큼 오래된

한없이 깊은 잠

그런 밤이면 연필을 깎고

나는 백지 속으로 들어갔다

너무 오래 잠들어

꿈이 나를 떠났다

(강성은,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