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 이것처럼 머릿속으로는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행하기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집안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친구 관계에서 다른 사람과 언쟁을 하거나 상대방에게 지적을 당했을 때,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기란 쉽지 않다. 사람은 보통 자기 자신은 잘하고 있고 자신의 생각이 옳고 남보다 낫다고 여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논어>에는 이처럼 인간이 자연스럽게 행하기 마련인 생각과 행동에 대해 언급하며 그것들을 올바르게 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권장하는 대목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다. 그런 문구들 중 내가 늘 되새기며 반성하는 문구들이 있다. <헌문>편 32장이 그중 하나다.

남이 속일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지 말고, 남이 믿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억측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을 먼저 깨닫는 사람이라면 현명한 사람이 아닌가. -<헌문>편 32장

세상이 어지럽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기를 속일 것이라 속단하고 또 남이 자기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의심하기 쉽지만 이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세상을 살아 보면 믿을 만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또 자기 말이나 행위를 믿어 주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러나 남이 나를 속이려 하면 이를 미리 깨닫고 속지 말아야 현명한 사람이다. 따라서 사기를 당했ㄷ면 그 사람이 나쁘다고 욕하기 전에 자기의 어리석음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사기를 당한 것이 실은 자신의 허욕 대문이 아닌가 반성하고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기 마음을 단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일 수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나를 믿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미리 예측한다면,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공자는 여기서도 '원망' 보다는 '자기수행'과 '자기반성'을 강조했다. 결국 자기 마음을 단속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지혜로움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법정 스님이 자신의 승방에 둔 시계를 도둑맞은 일이 있다. 이 일로 스님이 가장 부끄럽게 생각한 것은 남이 훔치고 싶을 만큼 좋아 보이는 시계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나빠 보이는 시계를 사려고 했지만 중고품 시계방에서 마침 도둑이 팔고 간 자신의 옛 시계를 다시 사 오게 되었다고 한다. 속임을 당하고 배신을 당하고 심지어 도둑을 당해도 자신을 반성하는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다. 도둑을 맞았는데도 자신을 엄하게 책하고 도둑에 대해서는 가벼이 책했으니 도둑조차 세상을 원망하지는 않았으리라. 이러한 것에 대하여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는 엄중하게 책하고, 남에게는 가벼이 책한다면, 곧 원망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위령공>편 14장

사람들은 보통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후하고 남에게는 박한 법인데 반대로 자신에 대해서는 엄하게 책하고 남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대하라는 말씀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원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는 길인데 공자는 이를 가리켜 인仁 이라고 했다.

황병기,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 풀빛, 2013,175~17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