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는 후설과 하이데거의 제자였다. 하지만 후설과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전개하였다. 특히 하이데거가 나찌에 협력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실망하였다.

 

레비나스에게 ‘타자’는 성서의 나그네와 같은 개념이다. 타자의 얼굴은 가련한 나그네로, 완전히 파산한 자로 삶의 기반을 상실한 자의 얼굴로 나에게 나타난다. 성경에서는 이러한 부류를 나그네요, 고아와 과부로 묘사하고 있다.

타자는 더 이상 인식론적인 대상이 아니라 윤리적 명령으로 나에게 찾아온다. 타자의 얼굴에서 ‘너는 살인하지 말라’라는 계명을 보게 되며 이것은 네가 소중히 다루어지기를 원하듯 타인도 소중히 다루어야 함을 알려주는 명령이다.

‘신비한 체험’으로서의 타자와의 만남은 얼굴이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윤리적 명령이라는데 있다. 얼굴을 통해 타인은 나에게 나타나며 동시에 나의 외부에 존재한다.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은 우리가 쉽게 주제화하거나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타자의 얼굴은 나의 힘에 복속되기를 거부하는 무한한 저항인 동시에 윤리적으로 나에게 명령하는 신의 음성인 것이다.

 

레비나스에게 얼굴이란 타자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불가능성이며, 이 책임을 통해 나는 온전한 주체의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얼굴은 내가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며 소유할 수도 없는 대상이다. 얼굴은 나의 통제를 벗어나지만 독특한 방법으로 나에게 계시된다. 얼굴이 나에게 계시되는 방법은 나의 인식적 접근을 통한 것이 아니라 윤리적이며 급진적인 저항으로 드러난다. 얼굴이 나를 향해 저항을 드러날 때 그 얼굴은 대상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초월한 무엇으로서 자신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