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의 미국 예술가 만 레이(Man Ray, 1890~1976)’는 지인에게 다리미를 선물하기로 하고, 벼룩시장에서 다리미를 산 뒤 구리 못 13개를 한 줄로 붙였다. 그 순간 옷을 평평하게 펴야 하는 다리미는 쓸모를 잃었다. 그 다리미를 이용한다면 옷은 펴지기는커녕 만신창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다리미는 쓸모를 잃은 대가로 <선물(Gift)>이라는 제목의 예술품이 되어 10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는 이후에도 유용한 사물을 무용한 것으로 전환하는 작업들을 했다. 그는 사물은 쓸모가 없는 것이 됨으로써 비로서 새로운 가치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 레이는 오직 인간만이 쓸데없는 것을 창조하는 유일한 생물이라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쓸모있는 것의 가치를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것이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되고 효율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우리가 자본이 아닌 다른 소중한 가치에 몰두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쓸모없음이 곧 가장 가치 있다는 역설적인 표현은 우리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