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슈렉〉의 세 번째 시리즈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신데렐라, 백설 공주, 오로라 공주, 그리고 피오나 공주와 그의 엄마가 감옥에 갇힌다. 피오나 공주가 “우리는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해”라고 말하자 공주들이 맞다며 각자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머리를 한 대 치는 것 같았다.
 
백설 공주는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았고, 오로라 공주는 선 채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신데렐라는 여유를 부리며 앉아있었다. 기가 찬 피오나 공주가 “너네 뭐 하냐?”라고 묻자 공주들이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구하러 오길 기다리는 거야.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여긴 공주 세 명과 노파 한 명뿐이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피오나의 엄마가 “노파 납신다!”라며 머리로 감옥의 벽을 들이받아 부숴버린다. 피오나는 공주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가 구해.”

 

나는 우리가 동화 속에서 얻어야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런 것이라 장담한다. 우리는 우리가 구하는 것이라고. 나를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지금 스스로 확신이 없어서 자신을 구원해 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혹은 타인에게 의존하며 내 존재의 의미를 대신 찾아주길 기대하고 있다면, 그건 이미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에게 의존하고, 기대하고, 배신 당하고, 실망한 끝에 발견하는 것은 결국 그 모든 상황을 겪어낸 ‘나 자신’이다.                                               

_책 《스물넷, 나는 한 번 죽은 적이 있다》 중에서

하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