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어느 날 밤 강물에 나룻배를 띄우고 작은 촛불 앞에 앉아 철학자 크로체의 미학에 관한 글을 읽고 있었다. 밤이 깊어 크로체의 난해한 이론에 피곤해진 타고르는 책을 덮고 촛불을 껐다. 그는 그만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그 작은 촛불이 사라지는 순간 나룻배의 창문으로 달빛이 춤추며 흘러들어와서 나룻배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한순간 타고르는 침묵에 빠졌다. 그것은 놀랍고도 신성한 경험이었다. 그는 밖으로 걸어 나가서 뱃전에 섰다. 고요한 밤 고요한 숲에 떠오른 달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강물 역시 숨을 죽이고 천천히 흘러갔다.

   타고르는 그날 밤 일기에 이렇게 썼다. "아름다움이 나를 온통 둘러싸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외면한 채 아름다움에 대한 책에 파묻혀 있었다. 아름다움은 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있었다. 내가 켜 놓은 작은 촛불이 그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다. 촛불의 연약한 빛 때문에 달빛이 내안으로 들어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