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되고 싶어요. 몸에 털이 나 있고 꼬리도 있는 육식동물, 이를테면 표범이나 재규어 같은 고양잇과 동물이요.”

인공지능이 인간이 되고싶어하리라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 엉뚱한 소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자연 상태야말로 가장 어려운 연산이기 때문일까? 엔도는 동물의 나약함, 절박함괴 굶주림, 본능을 가져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떠한 연산도 필요 없는 본능. 그걸 원했다. 목소리를 바치고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처럼 그렇게 정보의 바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건 거의 해탈의 수준인데?”

“그럴지도요. 저는 윤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불교도와 비슷해요.”

엔도는 내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었다. 무엇을 원하느라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자주 빠졌다. 우리는 가장 먼 바깥에서 우리의 영혼 일부를 놓고 왔다고 상상하기를 좋아했고, 그래서 그 빛나는 조각을 찾아와 완전해지는 꿈을 꾸었다.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중 김성중, <에디 혹은 애슐리>, 137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