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크게 먹고 당신을 또 용서하지만

그래서 늘

시시한 일로 돌아가지만

소금을 물에 녹이듯

굴욕을 한입 가득 물고

파도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어두운 열매를 

눈물 없이 먹을 수 있을 줄 알았고

나는 여전히 당신의 밀도에 녹는다

그래서 늘

녹초가 되어 바다로 온다

거품을 물고 쓸려 와 모래 틈으로 사라지는 것

파도 같은 것

나도 사라지고 기억도 사라지는 것

어쨌든 나는 평생 사라지는 것

파도의 이야기에는 늘

덜 아문 흉터가 있고

바닷가 풍습에 나는 걸핏하면 화를 낸다

 

(허연, 바닷가 풍습)